언론도 바뀌어야 한다
언론·기자 집단은 한국사회에서 엘리트 집단으로 분류됩니다. 유수 언론을 보면 대부분 최소 지방 국립대를 나왔고 많은 기자들이 외국, 서울의 명문이라는 학교 출신입니다. 집안이 빵빵한 사람도 매우 많습니다.
이런 엘리트 집단인데도 집단 그 자체는 상당히 보수적입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하루하루가 빨리 변해가는 데 언론은 그다지 변한 게 없는 것 같습니다.
얼마전 강릉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습니다.
고3 학생들이 수능 끝나고 단체로 놀러갔다가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몇명이 죽었습니다.
사고가 나자 기자들은 여태껏 해왔던 대로, 선배들이 하던 -기사 생산방식-을 그대로 이어와 같은 방식으로 취재를 했습니다.
그들은 인터넷에 널린 개인 정보를 적극 이용해 SNS를 뒤져 사고당한 학생들의 친구를 찾아 인터뷰를 시도했습니다.
사고 학생의 친구를 찾아서 뭘 하려고 그랬을까요? 미성년들끼리만 놀러가서 거기에 문제 없었는지 절차 확인의도일까요?
아닙니다. 친구들을 취재해서 나오는 기사래봤자
사고 당한 친구의 학교 생활은 어땠나요?
사고당한 친구로서 심경은?
기껏 이런 내용들입니다. 이런 게 굳이 필요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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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대한 반발로 취재 시도한 기자의 실명이 노출된 이런 문자 문자 캡처가 인터넷에 돌아다닙니다.
정말 고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사고에 정말 필요한 취재는 비슷한 유형의 사고 기록, 사고 현장, 사망원인, 현재 환자 상태 이것만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유가족과 미성년인 친구들 괴롭히기가 아니라.
친구 심경 그런게 왜 필요한가요? 나오는 답도 뻔하죠. 사고 당해서 누워있는 친구들에게 험담이라도 할 거라 생각했을까요? 대부분은 좋은 친구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묻지마세요.
취재 열기 때문에 대성고는 애도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3일간 학교 문을 닫았습니다. 취재진을 피해 재학생 보호를 위한 측면도 분명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정부에서도 강도 높게 언론사에 취재 자제를 요청했습니다.
그럼에도 모 뉴스 통신사는 병원에서 취재 중 환자 얼굴을 노출하는 사고도 저질렀다고 들었습니다. 병원에서 취재를 안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취재 사고.
몇년 전만 해도 기자들에 대한 평가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몇년 새 기자의 이미지는 땅에 떨어졌습니다.
오보 같은 사고의 영향도 있겠지만 일반 시민(네티즌)과 언론과의 온도차가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다.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언론이 국민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지 못하고 헛다리만 잡고 있습니다. 국민과 언론은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언론이 언론으로서 제 역할을 다 하려면 국민들이 바라보는 곳을 봐야 할 것입니다.
언론도 바뀌어야 합니다.
일반인이 발언하려면 시위를 하거나 언론사 제보 밖에 없던 시절은 갔습니다. 일반 시민이 올리는 인스타그램, 유튜브가 언론보다 더 빠른 시대가 됐습니다. 언론이 스피드를 잃었다면 사실에 입각한 상세하고 정확한 기사, 공감을 일으키는 기사를 잘 써야겠죠. 하지만 그들은 아직 그걸 못깨달은 것 같습니다. 빨리 깨닫는 곳이 살아남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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