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주와 흉내내기 사이
음악, 오마주와 흉내내기 사이
지난 금요일 밤, 운전을 하고 있었다. 너무 졸려 여느때 처럼 라디오를 들었는데 방송을 이리저리 돌려듣다 신나는 음악이 들리기에 채널을 고정시켰다. 스피커를 울리던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내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노래는 분명 자우림의 노래였다. 대체 불가한 김윤아의 목소리.
그런데 분명 김윤아의 목소리인데 노래를 너무 못 부르는 것이다. 나름 자우림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노래가 있었던가? 하고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자우림 노래였고, 김윤아의 목소리였다. 그런데 너무 못 불렀다. 호흡도 딸리고 성량도 딸리고.
노래가 거의 끝날 무렵 ‘아, 이것은 자우림을 흉내 낸 곡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노래가 끝나자 DJ가_ ‘자우림의 매직카펫라이드였습…_
라고 하길래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지?’ 라고 생각했다.
곧바로 DJ의 멘트가 이어졌다.
정확하게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대충 이런 뉘앙스로 얘기했다. ‘여기 나오신 밴드에게 실례되는 얘기 같지만 노래가 그 노래(매직카펫라이드)와 비슷한 느낌으로 좋은 노래였다’ 그런식으로 얘기했었던 것 같다. 한마디로 돌려서 비꼬는 내용이었다. 방송을 다시 들어보고 싶었지만 음악 저작권때문인지 다시 듣기가 제공되지 않는 게 아쉽다.
라디오에서 밴드 이름을 제대로 못 들었기에 그 시간대에 방송되는 라디오 채널을 검색해서 찾아보니 ‘머스트비’라는 밴드의 ‘수작’이라는 곡이었다.
이 곡이 표절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라디오에서 노래 중반부터 들었을 때는 많이 놀랐는데 유튜브에서 처음부터 들어보니 초반부는 자우림의 음악과 상당히 다르다. 후렴구만 비슷했다.
이 밴드가 자우림을 오마주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우림을 ‘오마주’했다면 김윤아보다 더 멋지게 불러서 김윤아가 듣고 움찔하게 만들었어야 할텐데 이 ‘수작’이라는 노래는 이도저도 아니었다. 심지어 가사마저 자우림의 일탈, 매직카펫라이드를 연상케한다. 가사가 자우림의 노래와 연관 없을 지는 모르지만 음악이 비슷하게 들리니 비뚤어진 눈으로 볼 수 밖에 없다. 뮤지션, 아티스트는 늘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하는 존재가 아닌가?
밴드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써 이 밴드가 더욱 성장했으면 좋겠다. 위에는 김윤아보다 못 부른다고 했지만 김윤아야 말로 우리나라에서 독보적인 보컬리스트가 아닌가. 머스트비 보컬만의, 밴드의 개성이 한껏 묻어나는 노래를 들어보고 싶다.
한국에서 밴드하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한다. 정말 음악만 해서 먹고 살 수 있는 젊은 밴드는 손가락발가락 합친 수 보다 적다고 한다. 요즘 공연장을 찾는 이도 적고, CD는 안팔리고, 유튜브도 이제는 구독자 1천명 이상, 시청시간 4천 시간 이상(지난 12개월 기준) 달성해야 수익 창출 신청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마음에 드는 밴드가 있으면 유튜브에 꼭 구독을 눌러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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