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로 다단계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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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두달전 제21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는 이전에 비해 크게 바뀐 부분이 있었습니다. 바로 비례대표제 입니다.

21대 국회에서는 국회 전체 의석을 300석으로 고정하되 비례대표 의석수를 지역구 의석수와 정당 득표율에 연동하는 준연동형(50%) 비례대표제가 도입됐다. 이는 의석수를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의 현행 그대로 유지하되, 비례대표 47석 중 30석에만 ‘연동형 캡(cap, 상한선)’을 적용해 연동률 50%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연동형 캡에서의 ‘캡’은 ‘한도, 상한선’을 뜻하는 영어단어로, 47석 중 30석에만 연동률 상한선을 적용해 지역구 결과에 연동시키는 것이다. 한편, 2020년 4월 15일 치러진 21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지역구 의석은 ▷더불어민주당 163석 ▷미래통합당 84석 ▷무소속 5석 ▷정의당이 1석을 차지했으며, 비례대표는 ▷미래한국당 19석(33.8%) ▷더불어시민당 17석(33.3%) ▷정의당 5석(9.6%) ▷국민의당 3석(6.7%) ▷열린민주당 3석(5.42%)을 차지했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우리나라 국회의원 비례대표제 변천사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소수정당에 조금 더 힘을 실어주기 위해 비례제도를 바꾸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완전히 실패한 제도였습니다. 민주당, 통합당 같은 거대 정당이 이 제도를 이용해 각각 17명, 19명의 비례의원이 당선되었습니다. 오히려 소수정당은 당선자 수가 더 줄었다고 하는군요. 그리고 말도 안되는 소수 비례정당들이 난립했습니다. 제대로 된 정책도 없고, 후보도 이상한 정체불명의 당들이 난립해 비례정당 투표용지 길이가 66.3cm나 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긴 투표용지 때문에 일일이 수작업으로 하는 바람에 비례정당 투표 결과는 다음날 오후가 되어서야 나왔습니다.

그리고, 허경영 씨가 만든 혁명배금당 같은 범죄자 소굴(살인, 성폭행 등의 흉악범죄자도 있었습니다)의 정당을 보니 문득 생각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투표로 다단계를 하면 어떨까?

아래 적는 것은 모두 불법이고, 영화나 소설에서도 범죄를 다루듯 어처구니 없는 정당들을 보며 갑자기 떠오른 생각을 적어봅니다. 범죄 모의를 할 생각도 없고, 실행 계획도 전혀 없습니다. 단 이걸로 영화를 만들거나 소설을 쓰려거든 저작권료 내놔라.

아무튼 떠오른 생각을 정리해보면,

투표에는 돈이 든다.

홍보 책자를 만들고, 유세 인력을 모아 일을 시키면 전부 돈이다. 많은 돈이 들어간다. 하지만 투표는 민주주의 국가의 근간이 되는 일이기에 세금으로 그 비용을 처리한다. 그리고 일정 비율 이상의 득표를 하게 되면 선거비용을 돌려받을 수 있다.

선거비용 보전 제도 국가가 선거 뒤에 일정 비율 이상을 득표한 후보에게 홍보물 제작비, 방송광고ㆍ연설비 등 선거운동에 들어간 비용을 대신 갚아 주는 제도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지방자치단체 선거, 교육감 선거 등을 치르고 난 후 후보자가 법정선거비용 범위 내에서 사용한 비용 중 일부를 국가가 지원해 주는 제도이다. 선거를 치른 뒤 유효득표수의 10% 이상을 얻은 후보자는 선거비용의 50%, 유효득표수 15% 이상을 얻은 후보자는 100%를 선거비용 제한액 범위 내에서 보전 받는다. [네이버 지식백과] 선거비용 보전 제도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득표수 10%이상은 50%, 15%는 100%를 보전 받는다.

여성 후보를 76명 이상 공천하면 ‘여성 추천보조금’이 나온다. 국가혁명배당금당에서는 이걸로 8억4천만 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정치자금법 26조에 따르면 전국 253개 지역구의 30%, 즉 76명 이상을 여성후보로 공천하면 해당 선거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평균 지역구 출마 후보자 선거비용 상한선은 2억5천만 원이다. 비례대표의 경우 정당별 48억8600만 원.

어마어마한 금액입니다.

일단 지역구로 한정해서 계산해봅니다. 지역구에 약 15만 명의 유효 유권자가 있다고 치고, 선거비용은 상한선까지 쓴다고 가정합니다. 15% 이상 득표해야 전액을 돌려받기 때문에 최소 22,500명이 필요합니다.

y번 후보 XXX를 뽑으면 돈을 준다고 해 사람을 모집 합니다.

22,500명을 모았다 치고, 선거비용 상한선 2억5천만 원으로 나누면 약 11,111원이 나옵니다. 여기에 여성후보 보조금 8억4천을 또 22,500으로 나누면 약 37,300원.

여기까지만 해도 벌써 인당 48,411원입니다.

여기에 비례대표가 남아있습니다. 전국득표율 3%이상을 받아 1명이라도 당선 시키면 최대 48억8천600만 원을 보전 받습니다. 이 숫자라면 최소 85만5천 명이 필요합니다. 전국 85만 명이면… 이건 좀 힘들겠네요 ㅎㅎ 그래도 계산을 한번 해보면 1인당 5,700원이 떨어집니다. 이건 별로 메리트가 없네요.

지역구+여성공천+비례 전부 포함하면 1인당 약 54,100원으로 계산됩니다. 여기서 설계자가 수수료 명목으로 14,100원을 먹는다 치면 개인에게 4만원이 돌아갑니다. 최저시급으로 약 5시간 일해야 받을 수 있는 돈입니다. 설계자는 3억이 넘는 돈을 쥘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에는 많은 결함이 있습니다. 일단 전국 선거구에 후보자를 전부 내야하고, 그 비용만 해도 상당한 액수의 돈이 들어갈 것입니다. 다른 지역에서도 이런 범죄 모의가 벌어진다면 왜 여성공천 지원금을 너네가 다 먹냐 나누자 이런 싸움에 선거비용은 가짜 영수증으로 도배를 해야 될 것이고, 다단계 가입자에게 누굴 찍었는 지 기입한 투표용지를 찍게 하는 불법도 저질러야 할 것입니다. 이미 이것 자체가 범죄 모의지만.

이것저것 따져보면 리스크에 비해 수익이 너무 적습니다. 그나마 실현 가능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지역구 하나에 1명의 후보를 내세워 15% 득표하는 방법. 이 방법만 사용하면 1인당 최대 11,111원이 떨어지게 되는데 설계자, 후보자가 반 이상 가져가야 할 것이고, 그러다 보면 실제 다단계 가입자(?) 손에는 2, 3천 원 정도 쥐어질 수 있으려나요? 돈 2, 3천원에 이런 일에 가담하려는 사람은 아마도 없겠죠. 배당금당 같은 엉터리당을 보다 갑자기 생각이 나서 이렇게 계산해 본 것인데, 배당금당에서 하더라도 도저히 불가능 할 시나리오 같네요.

각설하고, 이번 선거에서 비례정당 투표의 문제점이 너무 많이 드러났습니다. 소수정당에게 힘을 실어주려고 제도를 만들었더니 미래당 같은 거대 정당이 꼼수 정당이나 만들고, 민주당이 그 똥밭을 함께 걷게 만들었습니다. 다음번에는 전국구 몇% 이상 후보를 낸 정당에는 비례정당 불가를 만들던지 하는 보완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개인적인 생각 하나만 더하자면 민주주의가 더 성숙해지려면 다당제는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보여줬듯 이제 협치의 정치는 사라진 것 같습니다. 당선자 수로 밀어붙이는 거대 정당들의 모 아니면 도 식의 국회보다 제 3, 4의 정당들이 여, 야1당에 이리저리 붙었다 떨어지는 식의 균형조절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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