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gma Art 70mm F2.8 Dg Macro Lens 리뷰
“나쁘지 않은 가격. ‘면도날’이라는 광고 문구답게 선예도가 아주 훌륭. 렌즈는 작고, 가볍다. 하지만 이너포커스 방식이 아니라 사용시 불편함. 카메라를 끄기 전 렌즈를 분리하면 튀어나온 경통을 넣을 수 없다. 조리개 f8을 넘어가면 화질이 급격히 하락. 최소 조리개도 f22밖에 되지 않는다.”
나의 첫 매크로 렌즈
일반적인 카메라 렌즈는 가까이 있는 사물을 찍지 못한다. 사람이나 동물은 원래 형체가 커서 얼굴 클로즈-업으로 촬영해도 전혀 무리가 없지만 꽃이나 곤충같은 경우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크기가 작기 때문에 가까이 다가가서 찍어야 하는데, 일반 렌즈는 어느 지점 이상으로 피사체에 다가가면 촛점을 맞출 수 없게 된다. 구조상 그렇다. ‘최소 촛점거리’라고 한다.
피사체에 가까이 다가가서 찍고 싶으면? 일반 렌즈 이상으로 근접해 촬영할 수 있는 렌즈가 있다. 매크로 렌즈다. 렌즈 메이커에 따라 ‘마이크로’(Micro) 렌즈라고도 한다.
한 번도 ‘정식’ 매크로 렌즈를 가져본 적이 없었다. 매크로 렌즈는 제품 촬영할 때 꼭 필요한 렌즈였지만 ‘간이 매크로’ 기능이 있던 렌즈를 충실히(?) 사용했고, 꼭 필요한 경우에는 빌려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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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크로 렌즈의 배율 |
매크로 렌즈는 보통 1:1 배율의 스펙을 가진다. 위 설명대로 예를 들면, 1Cm짜리 나비를 1:1 배율 매크로 렌즈로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 촬영하면 카메라 센서면(필름)에도 그대로 1Cm로 촬영할 수 있다.
사진가에게 있어 같은 돈 주고 산 렌즈라면 최소 촛점거리가 짧은 게 무조건 이득이기 때문에 신형 렌즈의 추세가 ‘짧은 최소 촛점거리’다. 위에서도 언급한 ‘간이 매크로’ 기능을 탑재해 1:1까지는 아니더라도 1:4 정도로 촬영 할 수 있는 제품도 있고, 새로 발매하는 신형 렌즈는 구형보다 최소 촛점거리가 짧아졌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한다.
올초 일본 시그마에서 ‘Art’(아트) 라인으로 매크로 렌즈를 출시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광고문구가 ‘압도적 해상력’ -Razor sharp-이었다. 기존에 판매하던 시그마 아트라인 렌즈의 성능을 보아왔기에 기대가 되었다. 마침내 출시일, 세기 매장으로 달려가 구입했다.
출시기념 이벤트로 시그마 UV필터를 받았다. 가격이 4만5천 원으로 고가에 속하는 필터였다. 내심 USB DOCK을 주지 않을까 기대했었는데, 아쉽지만 아무것도 안준것 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유명 사진장비 쇼핑몰인 B&H에 들어가 보면 569달러에 판매하고 있었다. 부가세 10%로 계산해보면 한국보다 약 2만 원 정도 저렴하다.
매장을 나서며 과연 시그마에서 말한대로 ‘압도적인 해상력과 숨막히는 시각’을 보여줄 지 기대되었다.
앞서, 나는 시그마 ‘아트’렌즈를 이미 하나 가지고 있다. 24-105mm f4 렌즈다. 사실 이 렌즈는 좀 실망스러운 렌즈였다. 24-105mm 렌즈 자체가 고화질로 만들기 힘든 다목적 렌즈이지만, 그래도 ‘시그마 아트’라면 다르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해상력에서 상당히 부족함을 보여줬다. 그나마 구입할 당시 기준으로 24-105 류 렌즈 중에서 가격대비 화질은 제일 좋았다는게 위안이랄까?
1. 렌즈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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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통이 최대로 돌출된 상태의 Sigma Art 70mm F2.8 DG MACRO Lens |
캐논의 100mm macro 렌즈와 달리 경통이 돌출되며 촛점을 맞추는 형태다. 시그마에서는 화질을 좋게 유지하기 위해 이런 방법을 택했다고 한다. 경통이 앞으로 튀어나오지 않는 이너 포커스Inner Focus방식이 사용하기 편리하긴 하다. 전용 후드 포함인데 경통 앞에 후드가 달리는 형태가 아니고 렌즈 몸통에 후드를 장착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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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통이 최대로 돌출된 상태로 후드를 장착한 모습, 후드가 1mm정도 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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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터를 장착하면 그만큼 후드에서 튀어나와 보인다 |
후드째 렌즈가 튀어나오지 않으니 모양이 그렇게 흉하지 않다. 나름 위안이랄까. 최소촛점거리까지 포커스 링을 돌려도 후드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필터를 장착하면 그만큼 튀어나오는 게 아쉽다. 필터를 장착해도 비네팅이 생기지 않는것을 보면 후드가 조금 더 길어도 충분할 것 같은데.
그리고 이 렌즈의 특이한 점이라고 하면 포커스 링이 렌즈와 톱니바퀴로 연결된 게 아니라 모터로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카메라 전원을 끄지 않고 렌즈를 탈거 후, 포커스 링을 돌리면 렌즈가 움직이지 않는다. 반드시 카메라 전원을 끄고 렌즈를 분리해야 한다.
카메라 전원을 끄면 ‘똑딱이’ 카메라 처럼 경통이 자동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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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전원을 끄지 않고 이렇게 렌즈를 마운트에서 분리해 버리면 경통을 넣을 길이 없다. 많이 불편하다. 경통을 넣고 싶으면 다시 카메라에 장착한 뒤 카메라 전원을 끄고 렌즈를 분리해야 된다 |
2. 렌즈 성능
먼저 해상력 테스트
미국 달러를 촬영한 100% 크롭. JPG촬영. 무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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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개방인 f2.8에서 f8까지 일관되게 해상력이 좋다. f11을 넘어서면 눈에 띄게 안좋아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 테스트 촬영에서는 f22외에는 구별하기가 힘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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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테스트를 보면 최대개방에서 뭉개진 게 보이는데 해상력이 낮은 게 아니라 극단적인 피사계심도로 촛점이 나간 것이다. 이외에도 여러 테스트를 했는데 그다지 의미가 없었다. 렌즈의 화질이 좋아서 테스트할 때 쓴 카메라에 넘치는 해상력을 보여줬다. 테스트는 캐논의 플래그십 카메라로 전문가용으로 분류되는 Canon eos 1Dx mk2로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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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소니 홈페이지 |
Canon 1Dx mk2. 이 카메라에는 왼쪽 일반 센서 구조의 ‘광학 로우패스 필터’가 센서 앞에 달려있는데, 이 필터가 모아래를 방지해주는 효과가 있지만 사진을 부드럽게 만드는 단점도 존재한다. 그래서 최근에 나오는 니콘 D800시리즈나 소니 a7r 시리즈 등에는 오른쪽 처럼 필터를 제거하고 나온다. 캐논도 5DsR모델은 로우패스 필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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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래 현상 Photo by [@generalaesthetic](https://www.twenty20.com/generalaesthetic?t20p=photo.index |
동일한 패턴이 반복되는 이미지에 주파수 간섭으로 생기는 이 모아래는 로우패스 필터가 있다고 전혀 생기지 않는 것도 아니다. 100% 제거도 되지 않는데 사진 선예도를 떨어뜨리는 이 필터를 쓰는 이유를 모르겠다. 최근 나오는 고급기종 카메라에는 제거하는 추세다. 캐논은 ‘귀찮아서’ 만들어놓은 그대로 쓰는듯?
아무튼 이 필터가 있는 Canon 1Dx mk2로는 해상력 테스트는 무의미 할 것 같다. 소니 a7r3 정도 되는 로우패스 필터가 없는 4천500만 화소의 카메라로 테스트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피사계 심도 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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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배율, 약45도에서 촬영 |
무보정, 100%원본이라 비네팅도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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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노출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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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크로 렌즈로 매우 근접한 사물을 찍으려면 경통이 앞으로 튀어나온다. 제일 앞에 있는 렌즈를 통과한 빛이 경통이 들어가 있을 때보다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그래서 사물에 가까이 근접할 수록 같은 조리개 f값이라도 사진이 어두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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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논 100-400mm f4.5~5.6 렌즈. 100mm에서는 조리개가 f4.5지만 400mm에서는 f5.6으로 어두워진다 |
위의 100-400mm 렌즈는 주밍(zooming)을 할 때 어두워진다. 촛점거리가 길어길 때 경통이 튀어나오는데, 튀어나오는 만큼 최소 조리개가 어두워진다. 줌과 촛점의 문제지만 비슷한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경통이 튀어나오는 만큼 사진이 어두워진다.(물론 비싸고 고급인 렌즈는 고정인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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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트로 집에 있는 깡통을 하나 촬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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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2 근접 촬영. 위 사진과 ISO, 셔터 스피드, 조리개 변동없이 촬영. 위 사진보다 어둡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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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터 스피드를 +0.7 조정하자 첫 번째 사진과 노출이 같아졌다 |
캐논 순정 매크로 렌즈로 이렇게 피사체에 가까이 가면 최대 조리개가 f2.8인 렌즈임에도 f3.5, f4 이렇게 표시가 되며 더 이상 개방할 수 없다. 그래서 어두워지는 만큼 미리 대비를 할 수가 있다. 하지만 이 렌즈는 서드파티(3rd party)에서 만든 캐논 호환 제품이라 그런지 이런 기능은 제공하지 않았다.
4. 샘플 이미지
아래 사진들은 전부 카메라 스타일 ‘노멀’로 색 보정을 전혀 하지 않거나 최소한으로 했다. 리사이즈만 한 사진이다. 샤픈은 건드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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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o100 1/4 f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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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o100 1/4 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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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o100 1/8 f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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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o100 1/4 f2.8 확대한 부분은 촛점 맞춘 부분을 100% 크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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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o100 1/15 f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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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사진. 크롭 100%. canon ef 70-200mm f2.8 II 렌즈로 최대한 가까이서 촬영. 매크로 렌즈가 아닌 일반렌즈로 근접 촬영을 하면 화질이 떨어진다. 매크로 렌즈로 촬영한 근접사진과 확연이 차이 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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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o100 1/4 f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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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을 100% 크롭 |
4. 끝맺으며
렌즈 리뷰는 여기까지. 렌즈 발매하자마자 구입해서는 바로 테스트용 사진을 촬영하고, ‘세계 최초로 이 렌즈 리뷰를 올려야지!’ 하는 거창한 생각을 가지고 쓰기 시작 했었는데 리뷰를 발행하기 까지 한 달 가까이 걸렸다. 게으름이 한몫 했지만 금전적 보상 없이 리뷰 쓰는 것도 보통이 아니구나 생각이 들었다. 한 달은 넘기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에 먼저 발행한다. 그래서 쥐도새도 모르게 업데이트 될 수 있다.
총평하면, 이 렌즈의 가격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현재 판매되는 가격은 출시가라서 시간이 지나면 가격이 내려갈 것이다. ‘면도날’이라는 광고 문구답게 선예도가 아주 훌륭했다. 그런 화질을 가지면서 렌즈는 작고, 가벼웠다. 하지만 이너포커스 방식이 아니라 사용시 불편함이 있다. 거기에 카메라를 끄기 전 렌즈를 분리하면 튀어나온 경통을 넣을 수 없어서 이너포커스가 아닌 단점이 더더욱 크게 다가온다. 그리고 수동으로 촛점을 맞출 때, 톱니로 연결 된 게 아니라 포커스링이 한번에 휙휙 돌아가는 느낌이라 수동으로 촛점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설명이 어려운데 사용해 보면 대번에 이해할 것이다). 그리고 조리개 f8을 넘어가면 화질이 급격히 하락하는 것도 불만이다. 매크로 촬영시 극단적으로 얕은 피사계 심도를 경험하는데 조리개를 조아야 피사체가 제대로 표현된다. 그런데 f11부터 화질이 많이 나빠지는데, 최소 조리개도 f22밖에 되지 않는다. 제품 사진은 못찍고 작품 활동만 하라는 뜻인 것 같다. 대부분 망원 매크로 렌즈에 탑재된 손떨림 방지 기능도 없다. 매크로 촬영 특성상 삼각대가 필수라서 꼭 있어야 하는 기능은 아니지만. 여담으로, 매크로 촬영시 극단적 피사계 심도로 인해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게 되면 일반적인 손떨림 뿐 아니라 손이 미세하게 앞뒤로 흔들리는 것 때문에 촛점이 완전히 나가버릴 수도 있다. 그래서 삼각대 사용은 필수다.
요점만 정리하자면
장점
- 높은 선예도
- 최대개방에서도 높은 선예도
- 매크로 렌즈로서 드문 70mm 화각
- 작고 가벼움
단점
- 최소 조리개가 f22(보통 매크로 렌즈는 32까지 지원한다)
- f8을 넘어가면 선예도 급격히 하락
- 손떨림 방지기능 부재
- 이너포커스 아님. 촛점을 맞출 때 렌즈가 앞으로 상당히 많이 돌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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